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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원 폭력사태의 내면구조
작성자	김**	작성일	2003.02.01.	조회수	1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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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여성에 대한 야수적 폭력 김승환(충북민예총 http://web.chungbuk.ac.kr/~whan86) 2003년 7월 23일 청주시내의 어느 곳에서 몇 몇 충북도의원들이 모여 식사를 하다가 폭력이 행사되었다. 듣기에도 기이(奇異)해서 우선은 웃음이 나오지만, 잘 생각해보면 허망할 정도로 얄망궂다. 우발적으로 발생한 것처럼 보이는 남성 도의원의 여성 도의원에 대한 물리적 폭력은 생각보다 가량없고 심각하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약자에 대하여 강자가 육체적 폭력을 가하는 것은 비열한 행위다. 그런 상황에서의 폭력은 전쟁과는 다르다. 야만적이기는 하지만 전쟁에는 계약이라는 관계가 성립할 수도 있다. 사람이 죽고 다치는 처절한 전쟁은 서로간의 갈등에 의해서 벌어진 거대한 폭력이다. 그와는 달리 이러한 폭력은 우발적인 폭력이지만 남성의 여성에 대한 일상적 파시즘(fascism)의 표출이어서 비열한 것이다. 즉 남성의 보장된 우월적 지위와 육체적 힘을 근거로 해서,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한다면 그것은 내면의 파시즘을 여과 없이 표현한 구조적 폭력이다. 이 때의 이성은 마비되어 있는 상태다. 근대라는 것이 종요로운 이성(理性)을 토대로 성립되었고, 지금 인류는 그 이성을 믿고서 탄명스럽게 살아가는 것인데 폭력의 행위는 그 이성에 대한 반박인 셈이어서 문제는 심각하게 인식되어야만 한다. 의식이 마비되어서 문제의식조차 작동되지 않는 사람을 우리는 백치(白痴)라고 부른다. 그런 점에서 도의원들 간의 폭력, 특히 남성의원의 여성의원에 대한 폭력은 절대로 간과할 수 없는 행위이다. 이것은 폭력을 행사한 남성 의원 한두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지난 시절의 역사적 모순을 그대로 재현한 비극의 자동적 표출이기 때문이다. 그 폭력은 단순한 주먹이 아니며 우리 사회가 지나온 과거가 내리친 야만적 폭행이다. 이 사건에서 박의원이 정의원에 폭력을 행사했다는 것은 표피(表皮)이고 남성이 여성을 폭행했다는 것이 내피 즉 본질이다. 이것은 성 대결이 아니라 성 폭력이다. 사실 남성의원 역시 피해자일 수도 있다. 자신도 제어하지 못하는 남성권력의 충동이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땅의 남성들이 진정으로 남성권력구조를 해체하고 반성하지 않는다면, 이 문제는 설미지근하게 처리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이야기를 좀 바꾸어 보자. 여성 의원이 남성 의원에게 폭행을 가했다고 한다면 문제는 덜 심각하다. 간단히 말해서 여성이라서 보호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남성들은 현재의 남한이 여성을 학대(虐待)하는 제도적 장치가 작동되고 있음을 명백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여성이 폭력을 행사했다고 하는 경우에는 폭력의 일상성이 아니라 폭력의 특수성 때문에 말도 떠들고 소도 떠들겠지만 구조적 모순이 잠재해 있지 않기 때문에 개인적인 문제로 끝날 수가 있다. 다시 말해서 여성인 정의원이 남성인 박의원에게 폭력을 행사했다고 해도 그것은 정의원의 개인적인 문제로 끝날 수도 있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에는 상황과 본질이 전혀 달라진다. 사건처럼 박의원이 정의원에게 폭력을 가했다고 하는 것은 개인적인 문제이면서 동시에 사회적인 문제이고 또 역사적인 문제이다. 즉, 남성인 김의원이나 박의원이 여성인 정의원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면 그것은 육체적 폭력을 넘어서서 사회적 폭력이며 제도적 폭력이 된다. 남성의 여성에 대한 폭력에는 역사와 사회와 철학과 성정체성이 개입하게 된다. 더구나 이 사건은 시정잡배(市井雜輩)가 싸우는 것과 다르다. 격분한다고 해서 폭력을 행사하는 잠재된 파시즘 구조를 가지고서는 도의원과 같은 봉사의 헌신적인 직무를 산들어지게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남성의 여성에 대한 폭력은 사회적으로 허용된 남성의 광기(狂氣)를 사회가 인정하고 있어서 더욱 심각하다. 그러므로 남성이라는 지저분한 존재들이 벌린 세상에서 억눌려온 여성들이 자기존재를 확립하도록 남성들은 한없이 양보해야 한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이 2003년까지의 남한 사회에서 남성은 무조건적인 강자이며 절대적인 권력자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언제나 남성은 여성에 대하여 각별한 배려와 정중한 예의를 갖추어야 할 필요가 있다. 폭력은 야수성의 야만적 표출이다. 제어되지 않는 육체적 폭력은 자신이 야수(野獸)라는 것을 유감 없이 보여주는 저열한 행위다. 근대는 이성(理性)을 토대로 하는 사회다. 또한 근대는 이성의 힘으로 동물적 본능을 다스리면서 과학과 합리로써 인간사회가 영위되는 체제다. 달리 말하면 야수적 본능에 충실한 폭력의 행위를 어떻게 제어하느냐가 근대의 역사였다. 대체로 폭력은 두 가지 유형이 있다. 개인적인 폭력과 사회적 폭력이다. 이 글에서는 개인적 폭력은 생략하겠다. 사회적으로 폭력이 행사되었다면 그것은 집단적 광기(狂氣)라고 할 수도 있다. 집단이 묵인하며 사회가 인정하는, 보이지 않는 폭력의 허용지수가 있고 그와는 달리 무의식적으로 폭력이 있다. 그런데 같은 폭력이라도 논리와 이론을 갖추고 충분히 계획을 해서 실행했다면 우리는 그것을 폭력이라고 하지 않는다. 전쟁이나 테러 또는 격투기도 폭력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일정한 논리를 갖추었기 때문에 달리 논의되어야 한다. 2003년 여름 한 사건이 이 문제를 깊이 돌아보게 만든다. 일반적으로 폭력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약자에 대한 강자의 폭력이다. 이 때의 강자는 권력적 강자나 육체적 강자 또는 경제적 강자 그리고 문화적 강자 등을 포함한다. 그 중에서도 남성의 여성에 대한 폭력은 시대적 의미 때문에 특별히 다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남성의 남성에 대한 폭력이나 여성의 여성에 대한 폭력보다 남성의 여성에 대한 폭력은 인류사의 해악이기 때문에 더 특별히 문제되어야 한다. 남성지배구조 속에서 여성은 구조적으로 약자(弱子)이다. 이것은 봉건적 지배구조와 제국주의적 식민모순과 독재시대의 고통이 총체적으로 구조화된 결과이다. 특히 남한 사회에서 과거의 봉건모순과 식민모순을 척결하지 못하고 남성지배구조를 온존(溫存)시켰기 때문에 모순은 한층 더 사막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남성의 여성에 대한 폭력은 단순히 광기(狂氣)의 발동이 아니라 지배구조라는 역사가 개입하는 구조적인 폭력이다. 한편 여성의 남성에 대한 폭력은 개인적인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상황 상 심각하다고 해도 구조적으로는 덜 심각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오늘날 남한의 가정에서 여성의 헤게모니(hegemony)가 관철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가정 내에서 그럴 뿐이며 그것도 다수가 그런 것은 아니다. 가정을 넘어서서 직장이나 사회 또는 국가 전체로 보면 여성은 강자가 될 수 없는 조건을 지니고 있다. 이 조건 속에서 여성은 잠재적 피해자로써 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남성보다 훨씬 높다. 그런데 매우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현재 남한은 남성지배구조가 온존된 특이한 국가다. 이 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은데 남녀의 불평등은 치유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다. 그처럼 인식이 둔감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대장간에서 도끼를 벼르는 일일 것 같은데 그랬다가 그 도끼로 혹여 자신의 발등을 찧지 않을까 염려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이 사회에서 남성들이 얼마나 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으며 무조건적으로 우위를 점령하는지를 증명할 필요조차 없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회의 심층구조를 분석해보면 여성이 얼마나 고통스런 삶을 살 조건에 놓여 있는가는 확연하게 드러난다. 때때로 여성들이 폭력을 행사하거나 권력자로 군림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파편적인 것일 뿐으로 사회구조적으로는 대부분 여성이 피해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둘의 예를 들면서 남녀가 평등하다거나 여성 우위의 시대가 되었다는 등의 몽상(夢想)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분들은 역사를 정확히 보고, 현실을 냉정하게 보시라. 냉수도 좀 마시고. 한편 피학자라고 해서 항상 정당한 것은 아니다. 가학과 피학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계약관계가 성립하는 경우도 있다. 남녀관계의 경우에 여성이 허용하는 만큼 남성은 폭력을 행사하게 되며 반대로 남성이 허용하는 만큼 여성이 가학적일 수 있다. 피지배자가 진정으로 모순을 해소하려는 의지가 있어서 가학과 피학에 동의하지 않으면 폭력은 성립하지 않는다. 이 때의 성립하지 않는다는 뜻은 폭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폭력에 대한 대처 방법이 상위의 기제이기 때문에 폭력의 지속성이 단절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남성과 여성은 인간이라는 종(species)의 유일한 두 개체라는 사실을 서로 존중하면서 평화롭게 인간적인 관계에서 삶을 영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존재론적으로 두 성(性)은 상호의존적이기 때문에 주인과 노예의 관계가 성립할 수 없다. 그런데 때때로 어떤 사람들은 동물적 야수성을 버리지 못하고 지배와 권력이라는 야만적 형식으로 삶을 살고 싶어한다. 이 우주에는 남성과 여성이라는 딱 두 종류의 성 개체가 존재한다. 이 외로운 우주에는 남성과 여성이 있을 뿐이다. 음과 양으로 상징화하는 동양적 인식이 있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의 성은 다른 성에 의지해서 살아간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남녀는 평등해야 한다. 노소(老少)도 평등해야 한다. 이 때, 평등과 기능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인간적으로 평등하면서 기능과 역할이 다를 수는 있다. 즉, 남성성과 여성성과 같은 성 정체성을 유전적 요인과 생물학적 존재론에 의해서 구분되는 물리적 현상이다. 그런데 남한 사회에서는 남성이라는 것 자체가 군림하고 우월할 수 있어서, 실제로는 남성이 야수화될 수 있는 구조가 만연해 있다. 더러 어떤 분들은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복종하고 종속되면서 사는 것이 행복하다는 식으로 말을 하여 고려장(高麗葬) 차례 기다리면서 강아지 풀 뜯어먹는 소리를 하는 분도 계시지만 성 정체성이 다른 것과 지배종속과는 현격하게 다르다. 이런 태도를 가지고 어떻게 세계체제와 21세기를 살아가려고 하는지 참으로 딱하다. 역사를 크게 보자. 지난 수천 년간 남성지배 구조 속에서 여성은 자닝하고 종속적 존재이기가 쉬웠다. 그래서 남성지배구조 또는 남성권력구조를 해체하고, 지금까지 <누가 말하지 못했던가?>를 반성적으로 성찰해 보아야 한다. 여성은 역사적으로 약자였다. 약자가 자신의 과거를 스스로 치유하고 역사의 무대에서 당당한 존재로 서도록 하는 것은 남성에게도 매우 좋은 일이다. 그러면서 여성성이라는 성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21세기 인류사에 부여된 책무이다. 이 때의 여성성은 생물학적 여성을 뜻하지만 동시에 남성이면서도 피압박의 약자였을 경우까지를 포함한다. 바로 그러한 모순 구조를 인간적인 구조로 바꾸는 것이 이 시대의 사명일진저. 서편 하늘에 놀 진다. - 끝 -